퇴근 후 3시간만큼은 무조건 나를 위한 시간 루틴에 대해 포스팅해보겠다.
— 이 루틴들은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써보기로 나의 자발적 선언이다.
1. 회사의 그림자를 퇴근 시간에까지 끌고 오지 않는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몸은 소파에 눕고 싶은데 머리는 계속 ‘일’ 생각을 한다.
오늘 실수한 건 없었는지, 내일 회의는 어떻게 하지, 이메일 회신 빠뜨린 건 없었는지.
내가 퇴근을 해도, 회사는 내 머릿속에 야근 중이었다.
이 루틴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업무 생각 차단 훈련’이다.
핸드폰 알림은 오후 6시부터 슬랙, 메일, 캘린더 전부 꺼둔다. 회사 메신저를 집에서 열지 않기로 ‘자기와의 계약’을 맺는다.
처음엔 불안하다. 누가 급하게 찾으면 어쩌지? 일이 밀리면 어쩌지?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급한 일은 급하지 않고, 지금 안 해도 되는 일들이었다.
‘퇴근은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정신적 독립’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나는 퇴근 후에만큼은 나 자신을 고용주로 삼는다. 더 이상 나는 나를 회사에 하청주지 않는다. 퇴근 후의 시간은 나에게만 고용된 시간이다.
이 원칙이 지켜질수록, 나에 대한 존중도 높아진다. 내 시간의 주인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은, 회사의 그림자를 거실에 들이지 않는 것이었다.
2. ‘비생산적 여유’를 일부러 채워 넣는다
나에게 주어진 퇴근 후 3시간은 꼭 의미 있는 일로만 채워야 할까?
예전에는 그랬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해야만 그 시간이 가치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즘은 ‘의미 없는 시간도 중요하다’는 걸 배운다. 드라마 1편을 넋 놓고 본다든지, 멍하니 천장을 본다든지, 음악만 틀어놓고 앉아있는 시간도 나에게 필요하다.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회복’이다.
생산적인 삶만이 잘 사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요즘은 일부러 3시간 중 30분은 아무것도 안 한다. 그 시간에는 스마트폰도 멀리 둔다. 커피를 내리고 향을 피우고, 아무 목적 없이 있는 연습을 한다. 이게 처음에는 어려웠다. 무언가 해야 할 것 같고, 안 하면 손해인 것 같았다. 그런데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이 내 하루의 질을 올려준다.
생산성을 강요받던 내 일상 속에 의도적 무의미함을 더하는 건 나만의 자유 선언이다. 여유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허용의 문제다. 나는 이제 나에게 ‘쓸모없는 시간’을 허락한다.
3. 작은 성취를 매일 하나씩 만들어낸다
3시간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큰 목표가 아니어도 괜찮다.
퇴근 후 3시간을 통해 내가 해낼 수 있는 작은 성취 하나씩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요즘 내가 하는 건 10분 글쓰기, 손글씨 연습, 15분 스트레칭 같은 것들이다.
거창하지 않지만 매일 쌓이니까 스스로가 기특해진다.
특히 매일 저녁 하루 루틴을 글로 남기는 건 정말 좋다. 블로그 글이 아니어도 된다. 노트 앱에 하루를 3문장으로 요약하거나, 오늘 나 자신에게 주고 싶은 말 한 줄만 써도 충분하다. 그러다 보면 무의식 중에 오늘 하루를 돌아보게 된다.
작은 루틴 하나하나가 모여 자기효능감을 만든다. “나는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어”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일을 통해 성장할 수도 있지만, 내 시간을 직접 디자인하면서 더 깊이 성장할 수도 있다. 퇴근 후 3시간을 하루 중 ‘가장 나다운 시간’으로 만든다는 건, 내가 나의 가능성을 매일 시험하는 것과 같다.
성취는 꼭 눈에 보일 필요가 없다. 느껴지기만 하면 충분하다.
4. 세상보다 나에게 먼저 반응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동으로 SNS를 켠다. 인스타 스토리, 유튜브 쇼츠, 틱톡. 다른 사람들의 삶이 내 하루를 뚫고 들어온다. 아무 생각 없이 넘기다 보면, 남과 나를 비교하게 된다.
나도 저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내 삶은 왜 이렇게 정적인가? 그런데 그 감정은 내 것이 아니다. 타인의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내 일상을 휩쓸어버린다.
그래서 퇴근 후 3시간만큼은 세상보다 ‘나’에게 먼저 반응하는 시간을 만든다. 그날의 내 감정, 내 욕구, 내 기분을 먼저 들여다본다. 그날 하루 가장 좋았던 순간 1가지, 불편했던 사람 1명, 먹고 싶었던 음식 1개. 이런 질문들을 나에게 먼저 던진다.
남들이 뭘 올렸는지를 보기 전에, 나 스스로를 먼저 들여다보는 루틴이다. 이건 단순한 자존감 관리가 아니다. 내 인생의 중심을 내 안으로 되돌리는 연습이다.
내가 나를 제일 먼저 살핀다는 건 내가 나의 ‘1순위’라는 의미다. 내 삶을 주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퇴근 후 3시간 동안은 반드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